독후감: 『걸리버 여행기』를 읽고 – 30대 여자의 시선으로 본 인간 사회의 풍자와 자아 성찰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는 어릴 적에는 단순히 모험과 판타지로만 읽혔다. 소인국과 거인국, 날아다니는 섬 등 신비롭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설정들이 어린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30대가 되어 다시 이 책을 읽으니, 이 작품이 단순한 모험담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어두운 면과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하는 깊이 있는 작품임을 깨달았다.
성인이 된 지금, 특히 다양한 사회적 관계와 체제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고민하는 나이로 접한 『걸리버 여행기』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메시지로 다가왔다. 스위프트의 비판적 시선과 걸리버의 여정을 통해 나는 사회의 문제점과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1. 소인국과 거인국 – 관점의 차이가 만든 새로운 시각
걸리버가 처음 방문한 릴리푸트(소인국)와 브롭딩나그(거인국)는 크기의 차이를 통해 인간의 관점을 뒤집는 장치로 작용한다. 소인국에서는 모든 것이 작게 축소되어 있어 인간의 행동이 우스꽝스럽게 보이고, 거인국에서는 반대로 인간의 사소한 행위가 거인의 눈에 부끄럽고 하찮게 비친다.
30대 여성으로서 이 두 세계를 보며 느낀 것은, 우리가 사는 현실 역시 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릴리푸트에서 소인들이 정치와 권력 다툼을 벌이는 모습은 현실 사회에서 권력과 이익을 쫓아 끊임없이 다투는 인간들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비춘다. 거인국에서 걸리버가 느꼈던 무력감은, 때로 내가 거대한 사회적 체제나 규범 앞에서 느꼈던 무력감과 비슷했다.
특히 릴리푸트에서의 정교하고 복잡한 규율을 보며, 현대 사회가 만들어 낸 각종 제도와 절차 속에서 우리가 진정 중요한 가치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 두 세계는 내게 우리의 관점이 얼마나 제한적이고 주관적인지를 일깨워 주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2. 날아다니는 섬 라퓨타 – 비현실적 지식과 무용한 논의의 풍자
라퓨타는 과학과 철학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사는 섬이다. 이들은 현실적인 문제에는 무관심하고, 오직 이론적이고 비현실적인 연구에만 몰두한다. 이 장면은 과도한 지식 추구가 실질적인 삶의 가치를 잃게 만든다는 비판을 담고 있다.
이 섬의 이야기는 현대 사회에서 점점 더 추상적인 목표와 이상에만 몰두하며 실질적인 삶의 문제를 간과하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30대 여성으로서 나는 지금까지 ‘성공’과 ‘완벽’을 추구하며 때로는 진정 중요한 것들을 잊고 살아왔다. 라퓨타의 과학자들이 내세운 터무니없는 연구 주제들은, 내가 때로는 쓸모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했던 순간들을 반성하게 했다.
또한 이 섬의 이야기는 현대의 과학기술 발전과도 맞닿아 있다. 기술은 인류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인간 관계와 감정을 소홀히 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라퓨타는 기술과 학문의 발전이 인간성과 따로 놀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경고하며, 삶의 균형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3. 휴이넘과 야후 – 인간 본성에 대한 냉혹한 직시
걸리버의 마지막 여행지인 휴이넘과 야후의 세계는 이 책의 가장 충격적인 부분이다. 이곳에서 걸리버는 이성적이고 평화로운 말(휴이넘)과 야만적이고 탐욕스러운 인간형 동물(야후)을 만난다. 휴이넘의 세계는 완벽한 이성과 조화로 이루어진 유토피아를 상징하지만, 인간의 본성을 부정하며 지나치게 감정을 배제한다. 반면, 야후는 인간의 탐욕과 폭력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30대가 된 나에게 이 장면은 가장 큰 충격을 주었다. 스위프트는 인간의 본성을 두 갈래로 나누며, 우리가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나는 이 두 극단 사이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때로는 이성적인 판단과 도덕적 기준을 세우려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기적이고 감정적인 선택을 했던 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특히, 휴이넘의 세계는 단순히 이상적인 사회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감정과 개성이 사라진 삶이 얼마나 차갑고 삭막한지도 보여준다. 이 장면을 통해 나는 인간 본성이 단순히 선하거나 악하지 않으며, 이성과 감정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진정한 인간다움이 완성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4. 걸리버의 변화와 나 자신에 대한 질문
여행을 마친 걸리버는 인간 사회로 돌아왔지만, 그는 이미 자신의 세계와 사람들에 대해 깊은 혐오를 느끼고 있다. 특히, 그는 자신이 만난 야후와 인간의 모습이 닮아 있음을 깨닫고, 사람들을 외면하며 고독하게 살아간다.
30대 여성으로서, 나는 걸리버의 혐오와 고독을 단순히 비관적인 결말로 보지 않았다. 이는 우리가 자신의 한계와 어두운 면을 마주했을 때 겪는 고통과 비슷하다. 걸리버의 변화는 인간 본성과 사회의 모순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개인의 투쟁을 상징한다.
나는 이 장면을 통해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외면하지 않고 직면할 용기가 있는가? 걸리버처럼 비관에 빠지기보다, 내가 속한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5. 『걸리버 여행기』를 닫으며 – 인간에 대한 냉소와 희망 사이에서
책을 덮은 후, 나는 『걸리버 여행기』가 단순히 모험과 풍자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본성과 사회 구조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30대 여성으로서 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순을 더 명확히 보게 되었고, 동시에 내 삶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걸리버가 각 여행지에서 얻은 깨달음은 나에게 새로운 시각과 질문을 던져 주었다.
마지막으로 느낀 점:
『걸리버 여행기』는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인간 사회를 그려내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도 담겨 있다.
30대의 나로서, 나는 이 책을 통해 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동시에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걸리버의 여정은 끝났지만, 나의 여정은 아직 진행 중이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나는 더 넓은 시각과 깊은 성찰을 통해 나 자신과 세상을 바꾸는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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